90년대, 그 시절 우리 동네 고깃집, 쌍문동 금돼지네

90년대, 그 시절 우리 동네 고깃집, 쌍문동 금돼지네

   
실제 경험하지 않았던 일이 마치 내 기억 속에 실존했던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시절, 라오스를 여행할 때가 그랬다. 여행 중 만나게 된 라오스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겪어보지 못했던 부모님의 유년시절, 한국의 5,60년대를 생각나게 했다. TV 프로그램 ‘응답하라 1988’ 때문일까? 쌍문동이란 동네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8,90년대의 쌍문동이 마치 그 시절 형, 누나들의 향수같은 기억으로 내게 남겨진다. 쌍문동은 분명 복고의 감성이 묻어있는 동네다.
     
쌍문동 금돼지네는 쌍문동이 아닌 수원 매탄동에 위치한 고깃집이다. 클라이언트도 쌍문동에는 한번도 살아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문동 금돼지네로 이름을 정한 이유는 ‘쌍문동’이라는 지역명이 가진 레트로한 감성 때문이다. 또 특정 지역명이 음식점 이름에 들어가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하남 돼지집’을 처음 접한 고객은 ‘하남’과 ‘돼지’의 연결성을 대부분 모른다. 특히 경기권이 아닌 지방에 사는 고객이라면 ‘하남’이라는 지역 자체를 모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하남 돼지집’이라는 식당명을 들으면 자연스레 ‘하남에서 돼지가 유명하구나’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어 신뢰가 상승한다. '쌍문동 금돼지네’라는 식당명도 그 식당을 처음 접한 고객이 ‘쌍문동에서 유명한 곳인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연상되기를 의도했다.
 
 
몇 년전부터 패션, 광고, 외식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복고가 트랜드가 되었다. 복고는 그 시절 청춘을 보낸 사람에게는 추억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낯선 신선함을 준다. 쌍문동 금돼지네도 8,90년대 감성을 품은 고깃집을 의도해 기획되었다. 주거단지, 회사, 대학교가 근처에 있는 쌍문동 금돼지네의 입지 특성 상 폭넓은 고객층에게 어필하기 좋은 컨셉이라 생각했다. 또 근처 다른 평범한 고깃집과 확실히 차별화 시킬 수 있었다.
   
 
삼겹살은 서민의 음식이다. 고깃집 같은 ‘서민의 일상적 음식점’의 브랜드와 공간을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우선 순위는 부담없는 편안한 공간이다. 멋지고 화려한 공간보다 고객이 매장을 들어오는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단순한 복고컨셉을 넘어 쌍문동 금돼지네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또 다른 키워드를 찾았다. 바로 ‘가족’이다. 쌍문동 금돼지네의 클라이언트는 실제 엄마와 아들이었다. 아빠와 여동생도 매장에 자주 나와 일손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들의 따뜻함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쌍문동 금돼지네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드러나길 바랬다. 그래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우리 집을 찾아 준 손님을 환대하는 돼지 일러스트를 그렸다.
 
‘쌍문동 금돼지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특별히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면 외식매장은 직관적인 것이 좋다. 손님이 매장 밖에서도 무슨 음식을 파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메뉴가 왜 특별한지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매장을 찾을 확실한 이유를 명확하게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
쌍문동 금돼지네는 삼겹살집이다. 삼겹살집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니즈는 좋은 고기다. 잘 관리된 좋은 고기를 판매한다는 것을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고깃집 브랜딩의 우선 순위다. 그래서 우리는 쌍문동 금돼지네의 서브타이틀로 ‘국내산 최상급 돼지고기 전문점’을 내세웠다. 실제로 듀록, SGP 등 고품질의 돈육을 사용한다. 그리고 ‘오성급 삼겹살’ ‘일등급 돼지고기’ 등의 카피로 포스터를 만들어 매장 벽면 곳곳에 붙였다. 또 이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돈육을 보관하는 냉장 쇼케이스를 입구 전면에 배치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신선한 고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좋은 고기임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 쇼케이스는 예전 정육점에서 쓰던 올드스타일을 배치해 복고컨셉을 드러내는 요소로도 활용했다. 쇼케이스 속에 질 좋은 삼겹살과 목살이 채워지니 확실히 의도했던 결과가 연출되었다.
     
쌍문동 금돼지네의 공간은 빈티지와 복고 감성이 묻어나도록 연출했다. 빈티지한 공간은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보다 사람들이 더 편안함을 느낀다. 이미 헌 것의 느낌이 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공간을 조심스럽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상업공간에서 빈티지 컨셉은 꾸준히 사랑받는다. 한국적 레트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과거 8,90년대 가정집에서 흔히 사용되던 인테리어 자재들을 공부했다. 우드패널,유리블록을 마감재로 활용하고 형광등처럼 보이는 방습등과 스테인드글라스 펜던트를 매장 포인트 조명으로 연출했다. 붙박이 의자의 파티션으로 사용한 목봉도 과거 복층구조의 주택에서 흔히 쓰던 자재로 쌍문동 금돼지네의 컨셉과 어울리는 요소였다. 바닥은 옛날 느낌의 테라조타일로 연출했다. 소품으로 오래된 TV와 목장, 벽시계를 달았다.
     
쌍문동 금돼지네는 '한국적 복고 감성을 담은 국내산 최상급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나는 항상 브랜드가 완성되면 이렇게 한 문장으로 브랜드를 정의해본다. 쉽게 정리 될 때면 스스로 만족스럽다. 그리고 내가 내린 이 브랜드의 정의가 매장의 잠재고객에게도 매력적이고 호감이 간다면 성공확률이 높다. 음식점의 브랜딩과 공간을 기획하는 일은 ‘생존무기’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重)한 일’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이 치열한 대한민국 외식시장은 전쟁터고 나는 무기상이다. 쌍문동 금돼지네가 우리가 만든 이 무기로 치열한 전장에서 승리하기를, 그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