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을 건너 시간이 빚은 떡집, 종로복떡방

시절을 건너 시간이 빚은 떡집, 종로복떡방

새 것과 헌 것,

어릴 땐 당연히 새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어느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버티는 삶’을 살아내는 어른의 시간처럼 마치 잘 버티고 살아남은 오래된 것에 대한 동지애 같은 것 일까?  어른이 되며 노래도, 영화도, 물건도 세월을 머금은 헌 것의 가치를 알게되었다. 버텨온 시간에 대한 가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특히 나처럼 먹고 마시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겐 트랜디한 것이 끊임없이 기존 브랜드를 밀어내는 이 대한민국의 F&B시장에서 한 브랜드가 오랜 시간을 버텨내고 견뎌오며 기어코 생존 했다는 것에 대한 대단함은 심지어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종로복떡방은 1965년 시작된 오래된 떡집이다. 찹쌀떡이 주 메뉴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중요한 지역인 종로라는 상징적인 곳에 위치해있고 할머니, 아버지를 거쳐 그 아들까지 3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오래된 브랜드다.

2018년 우리는 이 역사가 깊은 떡집의 리브랜딩 작업을 맡게되며 근 6개월에 걸쳐 이 브랜드에 대해 고민했다. 내 부모님 세대, 마땅한 간식이 없었을 때 시작된 떡집이 먹을 거리와 갈 곳이 넘쳐나는 2019년까지 생존했다. 50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왔지만 그 시간들이 앞으로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처음 이 브랜드의 실장님(창업주의 손자)이 우리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브랜드 리뉴얼을 생각하시는 지를 말씀 주셨을 때 그 이유와 고민들이 너무 공감되고 와 닿았다.

종로복떡방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종로복떡방의 전통적인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트랜디한 브랜딩과 공간이 필요했다. 쉬운 이야기 같지만 사실 정통성과 트랜디함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전체적인 브랜드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보다는 보다 간결하고 단정한 모던한 방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인테리어 마감재로도 테라조타일, 오크색 우드, 골드강판처럼 현대적이지만 전통적인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있는 소재들을 선정하여 사용했다.

공간을 기획하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매장의 레이아웃이었다. 크지 않은 공간이고 판매하는 떡을 잘 보여주면서도 카페의 기능을 소화해야하기에 그리 많은 옵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 레이아웃에서 가장 큰 도전을 감행했다.  마치 에클레어, 마카롱과 같은 디저트를 파는 트랜디한 카페처럼 낮고 긴 바를 매장 가운데 두고 그 위에 단이 낮은 쇼케이스를 올리는 형태의 레이아웃이었다. 그리고 그 앞쪽에 긴 붙박이 의자는 손님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 형태가 아닌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옆쪽으로 나란히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도록 했다. 기존 종로복떡방을 운영해오던 직원들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형태의 레이아웃을 계획했던 이유는 다른 마감재나 브랜드 사인물에서는 전통성을 부각시키더라도 매장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이미지가 느껴지게 하는 것이 새롭게 리뉴얼된 종로복떡방을 방문할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소 트랜디하고 떡카페로서는 파격적일 수 있는 레이아웃아래 매장의 테이블은 오래된 반상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붙박이 의자 뒤쪽 벽면을 자작나무를 취부하고 그 반대쪽 바 뒤 벽면은 깨끗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풍기는 화이트 템바보드를 붙였다. 종로복떡방의 떡을 디스플레이하고 고객과의 교감이 일어날 메인바는 오크 무늬목으로 제작하고 상판은 진베이지톤의 문양이 강한 대리석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면서 마감재의 고급스러움도 부각시켰다. 골드소재의 조명과 로고는 매장의 품격을 높이고 종로복떡방 역사와 이야기를 액자 속 사인물로 드러냈다.

 '시절을 건너 시간이 빚은 복떡'

저희가 새롭게 개발한 종로복떡방의  슬로건이다. 사실 맛있는 떡이야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면 다른 떡집들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가, 그리고 내 어머니가 이용했던 브랜드를 함께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맛'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진행하다 보니 우리 공존 직원들의 부모님과 조부모님들도 종로복떡방을 많이 알고들 계셔서 또 한번 놀랐던 경험도 있다.  그러니 종로복떡방의 떡은 시절을 건너고 시간이 이렇게 흘러도 여전히 살아 남아있는, 시간이 빚은 복떡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종로복떡방은 복떡을 만들어 파는 매장이지만 그 스스로도 '복'받은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번의 큰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 한 브랜드를 50년 이상 이어오는 일이 더 대단하고 가치 있다 생각한다. 브랜드가 3대에 걸쳐서 없어지지 않고 이어가는 이 생존력이 바로 내가 진짜 브랜드력아닐까? 공존의 손길로 리브랜딩된 이 오래된 떡집이 앞으로의 50년과 100년도 굳건히 이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Since 1965, 종로복떡방